Page 104 - 고경 - 2019년 10월호 Vol.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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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물론 자신이 추구하는 색감이나 지속적으로 구할 수 있는 지에 따라
선호하는 것이 달라지기도 한다.
한번 실험을 해서 아주 좋았다고 하더라도 안정적으로 구할 수 없으면
지속하기가 힘들다.
이런 일도 있었다.
우리 집 주변에는 서산 축협 개량사업소 목장이 거대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넓은 초지에 소들이 풀을 뜯어 먹고 방목도 하는데 소똥도 자연스
럽게 풀만 먹고 누신 똥이다.
난 가끔 애들에게 한 포대에 오백 원씩 알바비를 줘가며 소똥을 모은
다. 이제는 오백 원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나이가 되었지만 나름 수거하기
가 편하게 똥이 이쁘장하다. 그것을 잘 말려 태워서 재를 만든다. 소똥은
인도나 여러 지역에서 훌륭한 연료로 또는 벽면을 바르면 방수가 되는 등
좋은 자연물이다. 소뼈를 갈아서 만든 본차이나가 유명하기도 하다. 난
‘분糞차이나’라고나 할까 ….
정확한 연구가 이뤄져야겠지만 아무튼 뱃속에서 여러 풀이나 볏짚을
먹은 소의 똥에는 보다 안정적인 인이나 실리카, 칼슘 성분 등이 들어가
있다. 그리고 풀을 먹은 소똥은 냄새도 거의 나지 않는다.
흙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발색되는 색이 백토를 기준으로 약간 회색
승복 색깔이라고 하면 좀 억지스럽나.
우리가 알고 있는 청자의 비색 그것은 환원의 불때기와 흙도 중요하지
만 아직도 그 색을 재현하지 못하는 것은 유약에 비밀이 있다고 생각한
다. 그 맑고 우아한 너무나 고급스러워 범접하기 힘든 색이다. 고려청자
앞에 서면 그것을 누렸을 고려 사람들의 고급스런 안목과 우아함과 화려
함이 마음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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