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1 - 고경 - 2019년 10월호 Vol.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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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자책하기도 했다. 그러기를 반복하다가 모든 생각을 내려놓고 오로지

            ‘예’ 하는 그놈이 무엇인가를 물어보기도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많은 생각들이 차츰 사라지고 알 수 없는 그 곳으로

            마음이 집중되면서 앉아있는 것이 재미있게 느껴질 즈음 이틀의 수련 시
            간이 끝났고, 일주일 뒤 나는 원당암 용맹정진에 참석하기로 결심하고 기

            차표를 예매했다.



              ‘나는 누구인가’



              8월 초, 원당암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일주일 용맹정진의 이틀이 지나
            고 있었다. 입승 스님께 양해를 얻고 선방의 한 자리를 얻어 앉았다. 밖

            으로 멀리 보이는 가야산과 뜰 앞의 소나무 몇 그루가 정다웠고, 아침저
            녁으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속에서 정진하는 행운을 만끽했다. 오전 1

            시부터 밤 11시까지 오전 오후 4시간씩 16시간을 정진하는 해인사 원당
            암의 용맹정진은 제방에 소문이 날 정도로 강도가 높다. 참석하는 분들도

            오랫동안 수행정진한 분들이라고 들었다.
              집중수련 때 3시간 동안 일어나지 않고 좌선을 한 것이 도움이 되었는

            지, 45분 정진하고 15분 쉬는 것은 어렵지 않게 느껴졌다. 문제는 저녁
            시간에 쏟아지는 졸음이었다. 혜암 스님께서는 먹는 것과 잠자는 것에서

            자유롭지 못하면 수행하기 어렵다며 적게 먹고 오래 자지 말 것을 명하셨
            다고 하는데, 덜 먹으면 허리가 꼿꼿이 펴지질 않고 덜 자면 졸음이 쏟아

            져서 화두는 십만 팔 천리로 달아다니, 스님의 명을 따를 수가 없었다. 출
            가하는 날로부터 수십 년 동안 장좌불와를 멈추지 않고, 하루 한 끼만을

            드셨다는 혜암 큰스님이 정말 독종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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