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2 - 고경 - 2019년 10월호 Vol.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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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자마자 수많은 번뇌가 요동을 쳤다. 그럴 때마다 ‘본래의 자리를 가
리는 이 한 생각!’ 하고는 화두로 의식을 돌리고 또 돌렸다.
“여기까지 이 몸을 끌고 온 나는 누구인가?”
정확히 사흘이 지나자 화두에 집중이 되기 시작했다. 집중이 될수록
앉아있는 것도 수월해지고 잠에서도 자유로워지는 것 같았다. 조금만 더
했으면 하는데 일주일 정진이 끝났다. 아쉬운 마음으로 도반과 해인사 일
주문 밖 숲길을 걷는데 몸이 정말 가볍게 느껴졌다.
“복이 없는 사람은 참선 공부할 수 있는 기회조차 얻지 못해요!”
혜암 큰스님의 말씀이다. 오랜 길을 돌아와 이제 비로소 길을 찾은 느
낌이다. 원당암을 떠나오자마자 온데 간 데 없이 화두는 사라지고 말았지
만, 그래도 가끔씩 오며가며 화두를 떠올리곤 한다. 분명한 것은 참나를
찾는 참선공부가 나로 하여금 주인공으로서의 진정한 삶을 살게 할 것이
란 것이다. 이 확신만으로도 좋은 출발이라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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