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0 - 고경 - 2019년 10월호 Vol.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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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다. 참선수행을 하지 않으면 참 불자가 아니라고 말씀하시던 혜암 큰스

           님의 말씀을 떠올리면서 그동안 껍데기만 두들겨 온 것은 아닌가 하는 회
           의감마저 들었다.



                “박원자님?”

                수련회 장에서 여러 사람 속에 앉아있는 내게 김 교수님이 내
                이름을 불렀다.

                “예!”
                “‘예!’라고 대답하는 그것이 무엇입니까?”

                “마음입니다.”
                나는 그 무엇에도 오염되지 않은 생각 이전의 자리, 즉 내 본

                성이 답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대답을 할 수 있다면 그건 답이 아닙니다.”

                그리고 김 교수님이 다시 내 이름을 불렀다.
                “박원자님?”

                “예.”
                “그 ‘예’라고 대답하는 놈이 누구입니까?”

                “……”



             무엇이 ‘예’라고 대답하는 것일까. 깜깜했다. 김 교수님은 참석자 전부
           에게 똑같은 질문을 했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답을 하지 못했다. 나는 이

           틀 동안의 집중 수련 내내 ‘예’라고 대답한 그 놈을 찾았다. 많은 생각들
           이 떠올랐다. 그동안 내가 익혀왔던 모든 불교 지식들을 떠올리며 사유하

           기도 했고, 왜 지혜롭게 살지 못했는가, 왜 그토록 공부에 게을리 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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