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9 - 고경 - 2019년 10월호 Vol.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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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78호 성철 스님(1992-1993)은 여러 말씀
『조주록』 읽는 일요일 8
을 남겼다. 그중에서도 ‘산은 산 물
은 물[山是山 水是水]’이 가장 유명한
법어일 것이다. 본래 중국 당나라 청
바닥에 대하여 원유신靑原惟信 선사의 법문인데 성
철 스님이 1200여 년 만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공부를 모를 때는 산은
그냥 산이고 물은 그냥 물이었다가,
곰글
공부를 좀 하니 산이 산이 아니고 물
불교작가
이 물이 아닌 것처럼 보이게 됐다
가, 공부가 무르익으니 세상의 진리
라는 게 결국은 ‘산은 산 물은 물’이
더라는 가르침이다.
세상물정 모를 때는 그저 순진한
노예처럼 살다가, 세상의 더럽고 치
사한 속성을 간파한 뒤부터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의심했다가, 마침
내는 ‘다 그러려니’ 하고 관대하게
받아들일 줄 알게 됐다는 마음의 성
장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산에서는
산을 따르고 물이 뭐라 하면 물을 조
금만 마시며, 그렇게 곱고 아득히 늙
곰글 1975년생. 연세대 철학과 졸업. 어간다.
2002년부터 불교계에서 일하고 있다.
9권의 불서佛書를 냈다. 다만 얼핏 보면 그 뜻이 바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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