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6 - 고경 - 2019년 10월호 Vol.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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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태안 해양유물전시관이 신진도에 개관했는데 그 옆에는 마도
라는 섬이 있다. 마도는 서해안에 돌출되어 파도가 거세고 안개가 심하고
암초가 많은 지형이라 밀물과 썰물 때에 급한 조류가 흐른다. 예로부터
안흥량 해역은 난행량(물살이 급하고 통행하기 어려운 여울목)이라 했는데 충
청 이남에서 거둔 세곡을 운송하기 위해서는 안흥량을 통과해야 해서 난
파되기 일쑤였다. 주꾸미 낚시배에 걸려 올려온 고려청자를 시작으로 마
도는 보물섬이 되었다. 현재까지는 마도3호까지만 수중 발굴이 되었지만
바다 밑에 잠자고 있는 침몰된 선박의 보물이 여전히 엄청나다고 한다.
수도 개경으로 올라가면서 침몰한 고려청자를 실은 배 ….
그 해양박물관에서 건져 올린 일부를 전시하고 있는데 난 얼어붙는 줄
알았다.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특히 청자 천년발우 ….
고려의 화려한 귀족들의 문화 …. 거기에서 꽃피운 우아한 화엄의 세
계 …
나는 매일 박물관에 가다시피하며 천년발우를 보고 또 봤다. 그 마음
을 느끼고 싶었다. 한동안 손을 못 대고 있다가 재현을 해보고 싶은 마음
이 들어 발우를 만들기 시작했다. 모양은 그럴듯한데 결국은 유약이 문제
였다. 도자 재료상에서 파는 청자 유약은 느낌 자체부터가 다르다. 고려
청자의 우아함과 세밀함은 알겠는데 …. 나는 근본부터가 글렀다는 생각
이 들었다. 그래서 내 식대로 편안한 천년발우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유약은 사과나무재이다. 사과나무의 장점은 순수
하고 부담이 없으며 푸르스름한 색이 표현되어 청자유약을 대신하기에
적당한 것 같았다.
문경의 천한봉 선생님을 찾아뵐 때면 선생님이 슬그머니 재를 모았다
가 몇 포대 실어 주신다. 선생님은 재를 안정적으로 구하기 위해 과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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