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9 - 고경 - 2019년 10월호 Vol.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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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에서 7월까지 일주일에 한 번 세 시간씩 진행된 『육조단경』 강
의를 들으면서 느낀 것은 집중적으로 공부를 하면 발심의 효과가 크다는
것이었다. 앞뒤 다 떼어버리고 간명하게 선불교만을 얘기하는 강의를 들
으면서 나는 흠뻑 참선의 매력에 빠졌다. 여기저기 흩어져있던 선불교에
대한 개념이 하나로 모아지면서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졌고,
혜암 큰스님이 하신 법문들이 더 선명하게 다가왔다. 조사어록을 읽는 데
도 이해의 폭이 넓어진 것 같았다. 무엇보다 혜암 큰스님의 글을 쓰는 데
많은 도움이 되어 더할 수 없이 좋은 시간이었다.
발심에 불을 지핀 『육조단경』 강의
강의의 핵심 내용은 ‘우리는 본래 깨달아 있다’는 것, 그러니까 우리는
그 사실은 깨우치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이렇게 간단한 것을 무엇 때
문에 그리도 번뇌 속을 헤매었던가. 한 생각, 즉 분별 때문이었다. 선불
교에서는 분별을 망상이라고 불렀다. 언제나 대상을 인식할 때 옳고 그르
고, 길고 짧고, 있고 없고로 분별하는 그 한 생각이 망상의 주범이었음을
깨달은 것만으로 시원해지는 기분이었다.
열한 번의 강좌가 끝나고 마지막 이틀 동안 하루 12시간 진행되었던
집중 실참 수련은 그간의 내 수행을 돌아보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불교에 입문한지 40여 년이 넘는 동안 진정한 나를 찾는 정진에 얼마나
시간을 보냈던가, 진지하게 반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학에 다니면서
처음 동국대 교수 이기영 박사님의 불교 개론 강의를 들었을 때를 잊을
수 없다. 세상에 이렇게 재미있는 강의도 있구나 싶었고, 그 후 여러 강좌
를 들으면서 불자가 되었지만 수행으로 깊이 들어가진 못한 채 지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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