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2 - 고경 - 2019년 10월호 Vol.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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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정리하면 ‘천하의 허섭스레기만이 부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다. 사회적 약자만으로는 부족하고 사회적 최最약자만이 참된 수행자가
           될 수 있는 조건이라고 역설한다. 낙오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대’라는 수

           식을 붙임으로써, 그 쓸모없음과 같잖음을 한결 부각시키고 있다. ‘아주’
           ‘영영’이라는 부사도 ‘병신성性’을 강조하는 효과를 갖는다. 일언이폐지하

           면 ‘깨닫고 싶다면 병신이 되라’는 일갈인데, 스스로가 병신처럼 느껴질
           때 곱씹으면 제법 위안이 된다.

             외롭지 않은 자는 수행하지 않는다. 패배하지 않는 자는 수행하지 않
           는다. 승승장구하는 자는 수행하지 않는다. 젊고 싱싱한 자는 수행하지

           않는다. 외로워지고 밀려나고 수모를 당하는 처지가 되어야만, 나 자신
           이 얼마나 초라하고 세상이 얼마나 냉혹한지 그 진면목이 똑똑히 드러나

           게 마련이다. 정말로 돌아버릴 것 같을 때만이 진정으로 돌아보게 될 수
           있다. 역경과 시련은 그런 차원에서 성불成佛에 이를 수 있는 매우 훌륭한

           기회다.



             ※  조주 선사가 제자인 문원文遠과 선문답으로 내기를 했다. 진 사람이
                호떡을 사기로 했다.

                조주 : 나는 당나귀다.
                문원 : 저는 나귀의 위장胃腸입니다.

                조주 : 나는 나귀 똥이다.
                문원 : 저는 나귀 똥 속의 벌레입니다.

                조주 : 자네는 똥 속에서 뭘 하겠다는 건가?
                문원 : 저는 거기서 여름을 지내겠습니다.

                조주 : 어서 호떡을 사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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