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1 - 고경 - 2019년 10월호 Vol.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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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한 것으로도 변하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연이생법(緣已生法,
pratītya-samutpanna, 즉 조건에 의해 성립하고 있는 것)’이라는 말
이, 또 ‘무상’의 대명사로 사용되는 경우도 많은 것이다.”(舟橋,
前揭書)
사이구사는 후나하시의 이 논의를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앞서 인용의 핵심을 이루는 “사물은 조건에 의해 성립하고 있는 (즉 연
기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조건에 따라 그것은 어떠한 것으로도 변한
다.”라는 명제를 달리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어떤 것[가령 A]은 조건[가령 B 또는 BC]에 의해 성립하고 있기 때
문에, 조건[B 또는 BC]에 따라, 그 사물[A]은 어떠한 것으로도 변
한다. 이것을 논리적으로 정리하면[편의상 사물=A, 조건=B로 한다],
A는 B에 의해 성립하고 있기 때문에, B가 변화하면 A는 당
연히 변화한다는 것이 된다. 또 이 문장에서 변화를 무상으로
바꾸면, A는 B에 의해 성립하고 있기 때문에 B가 무상이라면
A는 당연 무상이다는 것이 된다.”
(『初期佛敎の思想』下, レグルス文庫版)
한번 읽으면 분명하지만, ‘변화’든 ‘무상’이든, 사물 A와 조건B(C …, 이
하 생략)와의 관계성을, 즉 연기를 원인으로 생긴 것이 아니다. 단순히 B
에, 나아가 A에 외부로부터 주어진 것에 지나지 않는다. 어떻게 이 논리
로 “연기인 까닭에 무상이다.”라는 설명을 붙일 수 있는 것인가.
사이구사는 이 점을 용서 없이 논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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