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4 - 고경 - 2019년 10월호 Vol.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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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성립하고 있는 것이 된다. 그리고 이것들 B, C, D, E … 의 갖가지 조
건의 존재방식은 무상이다. 각각 ‘일정불변하지 않다.’ 그런 까닭에 이것
들 무상한 갖가지 조건에 의해 성립하는 A는 무상한 것이 된다는 것이다.
이 이유라면 각각 무상한 조건B와 조건C, 조건D, 조건E 등이 연기한
결과로서 A의 무상이 있는 것같이 보인다. ‘연기→무상’의 인과관계가 논
증된 같이 보인다.
하지만 더욱 “그것들 조건B, C, D, E … 가 무상인 원인은 무엇인가”라
고 물으면, “조건B … 를 성립시키는 갖가지 조건이 무상인 까닭에”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 즉 이 설명은 단적으로 무한후퇴에 빠지는 것이다.
반격하는 후나하시 잇사이
사이구사의 논난에 대하여 후나하시는 『니카야』의 내용을 인용하여 반
론한다.
“‘무상’과 ‘유위’와 ‘연이생’이 동의어로서 설해지는 예를 들 수
가 있다. 이와 같은 예는 초기불교에서는 극히 일반적인 것이
다.”(舟橋<3>[상])
이 인용문에서 후나하시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연이생’이다. 이것은
팔리어 파티차 삼판나를 원어로 하며, ‘연기소생’ ‘인연소생’ ‘연생’ 등으
로도 번역된다. 의미는 ‘연에 의해 생긴 사상事象’으로, ‘연기의 결과’라고
도 할 수 있다. 본서에서는 가장 일반적인 ‘연이생緣已生’의 역어를 채용한
다. 덧붙여 말하면, 후나하시가 무상과 ‘연이생’의 동의어로 간주하는 ‘유
위’의 본뜻은 ‘함께 만들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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