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0 - 고경 - 2019년 10월호 Vol.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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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산유곡은 수행자들에게 더 없는 깨달음과 보임의 도량이고, 그러한

           자연과의 교감은 한결 세외지미世外之美의 깊은 선취를 느끼게 한다. ‘부
           휴浮休’라는 법호가 의미하듯이, 선사는 혼란스런 세상을 벗어나 산 속에

           혼자 초탈한 삶을 살았다. 선사의 이러한 수행의 삶은 깊은 산중에서 홀
           로 참선 수행을 하며 차 사발 하나와 한 권의 경전으로 살아가는 모습에

           서 한결 잘 드러난다.



              깊은 산 홀로 앉으니 만사 가볍고                      獨坐深山萬事輕
              문 닫고 온 종일 무생을 배우네                      掩關終日學無生

              생애를 점검해 보니 남은 것 없고                     生涯點檢無餘物
              차 사발 하나와 햇차, 한 권의 경전뿐이네.               一椀新茶一券經



             제자 벽암각성에게 준 시편이다. 번다한 생각을 내려놓고 무생의 도리

           를 배우며 살아가는 검박한 수행의 삶이 잘 드러나 있다. 모든 연緣을 여
           읜 선사에게 문을 열고 닫음이 무슨 필요가 있을까만, 무생의 이치를 깨

           닫기 위해 문을 닫고 선정에 드는 것이다. 평생 살아 온 삶을 점검해 보니
           남긴 물건 하나 없고, 차 사발 하나와 햇차, 그리고 한 권의 경전뿐이라는

           대목에는 산승의 청빈하고도 무욕의 삶의 향기가 그대로 녹아 있다. 이것
           이 바로 수행자의 본분사이다.

             스승 부용영관의 심법을 이어받아 수행자로서의 본분을 잃지 않고 격
           외선을 참구했던 부휴는 두류산(지리산)에 토굴을 마련하고 정진하였다.

           그러던 어느 해 가을, 토굴에 함께 지내던 개가 낙엽을 물고 오는 것을 보
           고 몰록 깨달음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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