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2 - 고경 - 2019년 10월호 Vol.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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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수대에 천태교판이 성립되었지만 법상종은 자신들의 교학에 부
합하는 삼시교판을 새로 확립한다. 교판의 1차적 의의는 경전을 분석하여
교상敎相을 분류하고 깊이를 나누는 것이지만 최종 목적은 자파의 종지가
되는 경전이 최고의 진리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법상종은 『해심밀경』을
근간으로 하는 종파이므로 삼시교판은 유식의 관점에서 경전을 분류하
고, 『해심밀경』을 최고의 경전으로 분류하는 교리체계라고 할 수 있다.
삼시교판은 『해심밀경』의 내용에 근거를 두고 있는데, 이 경에서는 부
처님의 가르침을 세 시기로 구분한다. 제1시는 아공법유我空法有를 설하
는 것으로 나아[我]라는 주체는 없지만 객관 대상인 법法은 존재한다고 설
한 시기다. 비록 자아의 공은 알았지만 법의 실재를 인정하기 때문에 유
론有論에 해당한다. 제2시는 자아[我]는 물론 법法까지 공空하다는 내용이
다. 아와 법이 모두 공하다고 보기 때문에 무無에 해당한다. 끝으로 제3
시는 법의 실체가 있다는 유有도 아니고 모든 것이 텅 비었다는 공空도 아
닌 중도의 가르침이라는 것이다.
삼시교판은 이와 같은 삼시설에 근거해 법상종 사상을 중도교中道敎로
분류한다. 법상종은 유무라는 극단에 빠지지 않고 부처님의 정법인 중도
를 바르게 계승했다는 것이 삼시교판의 요지인 셈이다. 따라서 삼시교판
을 살펴보면 법상종의 중도설을 파악할 수 있는데, 성철 스님은 규기窺基
의 『성유식론술기』를 토대로 삼시교판에 나타난 중도사상을 조명한다.
제1시 유교有敎의 아공법유
“부처님이 가르침을 시설할 때에 근기에 따라서 베푸셨으니,
근기에 세 종류가 있어 같지 않다. 그러므로 가르침도 세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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