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6 - 고경 - 2019년 10월호 Vol.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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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하여 중도사상을 천명했다. 『해심밀경』은 ‘모든 것이 오직 식만 있을 뿐
객관적인 경계는 없다’는 유식무경唯識無境을 설파한다. 모든 존재는 식의
소산일 뿐 객관세계는 없다고 보기 때문에 유식종唯識宗이라고도 한다.
법상종은 유식무경이라는 명제를 통해 아집과 법집이라는 두 가지 유
집有執 모두 부정한다. 첫째 심외법무心外法無로 대상에 대한 유집을 타파
한다. 마음만 있고 객관 대상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둘째 비무내
식非無內識으로 아무 것도 없다는 공집空執을 타파한다. 모든 대상은 공하
지만 안으로 식이 존재함으로 아무것도 없다는 공도 부정된다.
결론적으로 법상종은 소승의 유견과 대승의 무견을 동시에 타파하는
중도의 가르침이 된다. 그리고 그런 중도의 진리를 설한 경전이 『해심밀
경』이므로 법상종이 가장 수승한 종파라는 결론에 도달함을 알 수 있다.
성철 스님은 규기의 『성유식론술기』를 통해 법상종 사상을 소개하지만
법상종의 한계도 분명하게 지적한다. 법상종 사상은 도식화된 상相에 집
착하는 교설이라는 것이다. 천태종이나 화엄종과 같이 유와 공이 상즉상
입相即相入하는 원융무애한 내용을 담보하지 못하기 때문에 완전한 중도
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법상종은 화엄종의 현수법장 등에
게 비판을 받으면서 쇠락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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