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0 - 고경 - 2019년 11월호 Vol.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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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하자면 하동은 재첩, 성주는 참외, 제주는 귤, 보성은 녹차, 울릉도는
오징어, 영천은 포도, 영덕은 대게, 옥천은 율무, 금산은 인삼, 예산은 사
과, 천안은 호두, 상주는 곶감, 영광은 굴비, 나주는 배, 평창은 메밀, 철
원은 감자, 무주는 머루 등이다. 각 지역의 특산물은 다른 지역에 비해 품
질이 뛰어나다. 품질이 뛰어나므로 소비자들은 믿고 구입한다. 신뢰가 형
성된다는 것이다. 특산물이란 그 지역의 지질, 온도, 환경, 재배기술 등
여러 요인이 그 특산물을 생산해 내는 데 매우 적합하여 오랜 기간 사람
들에게 인증되어 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만일 금산의 인삼이 다른 지역의
인삼에 비해 약효가 덜하다면 특산물의 자격을 상실하게 될 것은 뻔한 이
치다. 그러나 여전히 각 지역의 특산물이 사람들에게 특별한 인기 속에
팔려나가고 있는 것은 그 오랜 역사를 거치며 알려 온 명품의 가치를 유
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특산물이라고 해서 다 똑 같지는 않다. 개중에는 품질이 현격히
떨어지는 것도 있다. 그렇다면 똑 같은 환경과 지질에서 생산된 것인데
품질이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몸 안에 병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렇다. 자기 주도로 신진대사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얼간이가 되고
마는 경우다. 햇빛을 받아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없는 병을 갖고 있으면
결국 실패작으로 끝나고 만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주위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공부하던 사람이 나
중에 보니 ‘쭉정이’ 신세로 전락해 실망을 던져주는 것이다. 승승장구할
것 같던 사람이 어느 날 예기치 않은 사건에 연루돼 무대 뒤편으로 사라
지는 것을 우리는 심심치 않게 목도해 왔다. 특산물 가운데서도 명품으로
서야 할 존재가 힘없이 나락으로 떨어져 버린다면 기울였던 공이 얼마나
허탈할 것인가? 하물며 인간에게 일어나는 이러한 충격은 결코 가볍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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