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7 - 고경 - 2019년 12월호 Vol.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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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80호 | 선시산책 19 ‘길 없는 길’을 살아있는 눈[活
경허 성우
眼]으로 살다 간 경허 성우(1846-
1912)는 풍전등화 같던 한국불교의
선맥을 되살린 선불교의 새벽별이
마음달 외로이 며 중흥조이다. 9세에 모친을 따라
둥글어 그 빛이 청계사 계허에게 출가하였으나 계
허가 환속하자 동학사 만화 강백 밑
만상을 삼켰네
에서 경학을 익혔다. 이어 영호남의
제방 강원에서 경·율·논 삼장과
유학, 노장까지 두루 섭렵하고 대
백원기
강백이 된 경허는 스승 계허를 찾아
동방문화대학원대 석좌교수
문학평론가 나섰다.
도중에 어느 마을에서 전염병이
창궐한 참혹한 현장을 목격하고 동
학사로 돌아와 강원을 철폐한 후, 영
운선사의 ‘나귀 일이 가지 않았는데,
말의 일이 도래한다’[驢事未去 馬事到
來]는 화두를 들고 칼을 갈아 턱 밑
에 대놓고서 수마를 물리치며 치열
하게 참구를 하였다. 그러던 중 우연
히 바깥에서 “소가 되어도 고삐 뚫
백원기 전 국제포교사회 회장, 전 한국
을 구멍이 없다는 것이 무슨 뜻인
동서비교문학회 부회장. 저서로 『선시
의 이해와 마음치유』, 『불교 설화와 마음 가”라는 한 사미의 질문에 활연 대
치유』, 『숲 명상시의 이해와 마음치유』
등 다수가 있다. 오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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