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2 - 고경 - 2020년 1월호 Vol.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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샨제국에서 사용하던 고대 화폐 1,800여개가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북쪽

           에 위치한 차리카르 근방에 위치한 베그람Begram 지역에서 발견되었다.
           그리고 베그람 출토 화폐는 현재의 파키스탄 일대와 더불어 실크로드의

           호탄(Khotan, 于闐), 누란 등지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이 근방에서 발견되
           는 화폐 가운데 눈여겨 볼만한 것은 호탄에서 발견되는 시노-카로슈티

                                         2)
           Sino-Kharosthi라 명명한 화폐이다.
             이는 쿠샨제국의 비마-카드피세스Vima-Kadphises가 로마의 화폐인 아

           우레우스Aureus 금화의 8g 짜리 중량표준과 동일한 중량으로 제작한 것
           이다. 그리스부터 쿠샨제국, 그리고 광범위한 지역이긴 하지만 쿠샨제국

           과 더불어 중계무역의 장이었던 실크로드에서 이러한 화폐가 통용되었다
           는 점은, 그리 특이하게 볼 일은 아니라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시노-

           카로슈티 화폐의 한쪽 면에는 말[馬]의 도안과 카로슈티 문자로 새겨진 쿠
           샨황제의 이름이, 다른 한쪽 면에는 한자로 ‘이십사수卄四銖’ 혹은 ‘육수六

           銖’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시노-카로슈티는 실크로드 상에서 쿠샨제
           국과 중국의 무역에 있어 편리함을 추구했다는 것을 상징함과 동시에 쿠

           샨제국-실크로드-중국에 이르는 거대한 무역권이 형성되어 있음을 알
           려주는 대목이다.

             쿠샨제국, 즉 서북 인도의 중계무역권은 고대 전 세계 상권 가운데 최
           고의 위치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그리고 ‘실크와 금의 무

           게를 동일하게 값을 매겨’ 무역을 했다는 이야기도 위에서 이야기한 시
           노-카로슈티 등의 화폐를 기준으로 상업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그렇






           2) 이주형 지음, 『아프가니스탄, 잃어버린 문명』(서울;사회평론, 2004), pp.9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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