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5 - 고경 - 2020년 1월호 Vol.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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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로 오면서 불성론佛性論으로 계승된다. 대표적으로 ‘일체 중생들이 모
두 불성을 지니고 있다[一切衆生悉有佛性]’는 『열반경』을 들 수 있다. 이 경
에서는 범부는 물론이거니와 네 가지 중죄[四重罪]나 오역죄를 범한 사람
[作五逆罪], 나아가 선근이 없는 일천제一闡提까지도 불성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성을 보지 못하는 것은 첫째 번뇌에 가려서[煩惱覆故] 보지
못한다고 했다. 따라서 본성을 가로막는 왜곡된 인식과 같은 번뇌를 제거
해야[斷壞煩惱] 한다고 강조한다. 둘째는 불성이란 마치 허공과 같은 성질
[如虛空性]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중생의 눈은 물질적 대상만 볼 수 있기
때문에 허공처럼 형상을 초월한 불성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열반경』에서는 불성의 의미[佛性義]에 대해 무상정등각이라고 했다. 불
성을 가졌다는 것은 곧 부처님과 같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으로
귀결시키고 있다. 따라서 불성을 가진 중생은 십력, 32상, 80종호 같은
부처님의 자질을 구비하고 있다. 불성을 지닌 중생은 곧 부처님이 될 수
있음을 뜻한다. 이와 같은 불성사상은 모든 중생이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보편 성불론의 교리적 근거가 되어 왔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보면 연쇄살인범처럼 악행만 일삼는 사람들도 있
어 보인다. 그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저런 사람에게도 불성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 바로 그런 생각을 교학적으로 설명한
것이 법상종의 오성각별설五姓各別說이다. 법상교학의 특색을 담고 있는
이 교설의 핵심은 모든 유정은 태어날 때부터 다섯 가지 차별적인 종성種
姓을 갖고 태어난다는 것이다. 그렇게 타고난 종성은 후천적으로 고쳐지
지 않는 고정불변의 자성이라고 보았다. 다섯 종성은 보살종성菩薩種姓,
독각종성獨覺種姓, 성문종성聲聞種姓, 부정종성不定種姓, 무성유정종성無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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