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 - 고경 - 2020년 1월호 Vol.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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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하면 안 가르쳐 주니까.
며칠 전에도 예수교 믿는 사람들 셋이 와서 3천 배 절하고 갔습니다.
이 사람들한테 내가 항상 말합니다.
“절을 하는 데 무슨 조건으로 하느냐 하면, 하나님 반대하고 예수님
욕을 가장 많이 하는 사람이 제일 먼저 천당에 가라고 축원하고 절하십
시오.”
이렇게 말하면 그들도 참 좋아합니다. 이런 것이 종교인의 자세 아닙
니까. 우리 종교 믿는 사람은 전부 다 좋은 곳으로 가고, 우리 종교 안
믿는 사람은 모두 다 나쁜 곳으로 가라고 말한다면 그는 점잖은 사람이
아닙니다. 어찌 그렇게 말할 수 있습니까. 나를 욕하고 나를 해치려 하
면 할수록 그 사람을 더 존경하고, 그 사람을 더 돕고, 그 사람을 더 좋
은 자리에 앉게 하라고 부처님께서는 항상 말씀하셨습니다.
마음을 닦아야 된다는 것, 여기에 대해서는 예수교나 다른 종교인들
도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가톨릭 수도원 중에서 가
장 큰 것이 왜관에 있는데, 그 수도원의 독일인 원장이 나한테서 화두를
배운 지 10여 년이 지났습니다. 그 동안에도 종종 왔는데, 화두 공부는
해볼수록 좋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불교를 믿지 않는 다른 종교인들도
화두를 배워 실제로 참선하는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우리가 불교를 믿
는다고 하면 마음을 닦는 근본 공부인 선禪을 알아서 실천해야 합니다.
그런데 화두를 말하자면 또 문제가 따릅니다. 화두를 가르쳐 주면서
물어보면, 어떤 사람은 화두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옆에서 배우라고 해
서 배운다는 사람도 있지만, 오히려 그런 사람은 괜찮습니다. 어떤 사람
은 ‘이런 것은 누구든지 알 수 있는 것 아닙니까?’ 하고는 뭐라고 뭐라고
아는 체를 합니다. 이것이 큰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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