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 - 고경 - 2020년 1월호 Vol.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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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두, 즉 공안公案이라고 하는 것은 마음의 눈을 떠 확철히 깨쳐야 알
지 그전에는 모르는 것입니다. 공부를 하여 비록 몽중일여가 되어도 모
르는 것이고 또 숙면일여가 되어도 모르는 것인데, 망상이 죽 끓듯이 끓
고 있는 데서 어떻게 화두를 안다고 하는지, 이것이 조금 전에 말했듯이
큰 병입니다. 그럼 어째서 화두를 안다고 하는가? 껍데기만 보고 아는
체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겉만 보고는 모르는 것입니다. 말 밖에 뜻이
있습니다. 이런 것을 예전 종문의 스님들은 ‘암호밀령暗號密令’이라고 하
였습니다.
암호라는 것은 본래 말하는 것과는 전혀 뜻이 다른 것이지요. ‘하늘
천天’이라고 말할 때 ‘천’ 한다고 그냥 ‘하늘’인 줄 알다가는 그 암호 뜻은
영원히 모르고 마는 것과 마찬가지로, 공안은 모두 다 암호밀령입니다.
겉으로 말하는 그것이 속 내용이 아닙니다. 속 내용은 따로 암호로 되어
있어서 숙면일여에서 확철히 깨쳐야만 알 수 있는 것이지 그 전에는 모
르는 것입니다.
여기에 대해 가장 큰 병통을 가진 이는 일본 사람들입니다. 일본 구택
대학駒澤大學에서 『선학대사전禪學大辭典』이라는 책을 약 30여 년 걸려 만
들었다고 하기에 구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보니 중요한 공안은 전부 해
설해 놓았습니다. 그 책을 보면 참선할 필요 없습니다. 공안이 전부 해
설되어 있으니까. 내가 여러 번 말했습니다.
“일본에 불교가 전래된 이후로 가장 나쁜 책이 무엇이냐 하면 이 『선
학대사전』이야. 화두를 해설하는 법이 어디 있어.”
구택대학은 조동종曹洞宗 계통입니다. 조동종의 종조되는 동산양개洞
山良介 화상이 항상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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