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5 - 고경 - 2020년 1월호 Vol.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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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스님의 불법과 도덕을 중하게 여기는 것이 아니고
다만 나를 위해 설파해 주지 않았음을 귀히 여긴다.
不重先師佛法道德, 只貴不爲我說破.”
화두의 생명이란 설명하지 않는 데 있습니다. 또 설명될 수도 없고,
설명하면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다 죽어 버립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 아무리 단청丹靑 이야기를 한들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듣는 것만으로는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자기가 눈을 떠서 실제로 보게
해줘야 합니다.
이처럼 조동종의 개조되는 동산 스님은 화두란 설명하면 다 죽는다
고, 설명은 절대 안 한다고 평생 그렇게 말했는데, 후세에 그 종파의 승
려들이 떼를 지어 수십 년을 연구하여 화두를 설명한 책을 내놓았으니,
이것은 자기네 조동종이나 선종만 망치는 것이 아니라 조동종 양개화상
에 대해서도 반역입니다. 이렇게 되면 조동종은 종명宗名을 바꾸어야 될
것입니다. 반역종反逆宗이라고.
일본에 이런 사람이 또 있습니다. 일본 불교학자로 세계적 권위자인
나카무라 하지메中村元라는 학자가 있는데, 언젠가 해인사에도 왔더라고
전해만 들었습니다. 그의 저서로 『동양인의 사유방법』이라는 책이 있는
데 유명한 책입니다. 우리나라에도 번역되었습니다. 그 책 속에 보면 선
종의 화두인 ‘삼서근麻三斤’에 대해 “무엇이 부처님이냐고 물었는데 어째
서 ‘삼서근’이라고 대답했느냐 하면, 자연현상은 모든 것이 절대이어서
부처님도 절대이고 삼서근도 절대이다. 그래서 부처님을 물은 데 대해
삼서근이라 했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딱 잘라 단안을 해버렸습
니다. 큰일 아닙니까. 혼자만 망하든지 말든지 하지 온 불교를 망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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