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3 - 고경 - 2020년 2월호 Vol.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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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었지만, 근대의 칼바람 속에서도 불법佛法에 확고한 의지를 가진
불교인들은 새로운 사회에 적응하는 불교계를 만들기에 부단히 노력하였
다. 이렇게 근대 초기 뜻있는 불교인들에 의해 만들어져 불교가 폐불훼석
의 탄압으로부터 회생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든 중요한 사건이 제종동덕회
맹諸宗同德會盟의 결성과 대교원大敎院의 성립과 폐지의 일련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제종동덕회맹(이하 회맹으로 약칭)은 1868년 12월에 여러 종단의 승려가
중심이 되어 만든 불교연합체로서, 3월 신불분리령이 포고된 시점에서는
반년 이상의 시간이 지난 상황에서 결성되었다. 근세의 에도막부에서는
불교계의 종단들이 횡적으로 교류하거나 연합하는 일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근대에 이르러서는 정부 내에 불교계를 담당하는 부서
조차 없는 상황으로 사실 신도 중심의 종교정책에서 불교는 철저하게 배
척된 상태에 있었다. 이러한 불교배척의 상태에서 각 종단의 뜻있는 불교
인들은 불교탄압의 종교정책을 막고 불교경시의 풍조를 바로잡을 단체에
대한 공감을 가지고 만든 것이 회맹이었던 것이다.
이 회맹은 처음에는 교토京都에서 결성되어 수차례에 걸쳐 회합을 갖
고, 회합을 거듭함에 따라 참여 인원도 급속도로 불어났다. 교토에서의
회합은 오사카大阪, 도쿄東京로 점차 퍼져나가게 되고, 도쿄에서 모임이
결성됨에 따라 불교계의 단합된 힘의 양상은 일본사회에도 영향을 주었
다. 도쿄에서 거행된 회맹의 모임에서는 당시 회맹이 목표로 하였던 과업
을 여덟 가지의 문제問題란 이름으로 정리하여 드러내었다. 이것은 회맹
에 참여한 전 불교인이 목표로 해야 하는 것임은 당연하였지만, 불교계로
서 불교가 사회에 대처해야 할 당시의 과제를 정리하여 보인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여덟 가지의 문제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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