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0 - 고경 - 2020년 2월호 Vol.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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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였다. 이어 8년 동안 대승 경전인 『방등경』을 설하였고, 다시 21년 동
안 『반야경』을 설했으며, 마지막 8년을 『법화경』을 설한 뒤에 1일1야 동
안 『열반경』을 설했다고 하였다. 그런 뒤에 5시의 하위에 다시 화법사교
인 장·통·별·원교과 화의사교인 돈·점·비밀·부정교의 8교를 시설
하였다. 이것이 북방불기에 근거한 49년 전법설이다. 반면 1956년 네팔의
카드만두에서 세계불교도우의회WFB가 남북방 불기를 통합해 1956년을
2500년으로 확정한 것에 의해 이제 45년 전법설이 통설이 되었다.
이어 법상종을 창종한 현장과 규기는 유식의 소의경전인 『해심밀경』에
의거하여 제1시에는 유교인 『아함경』을, 제2시에는 공교인 『반야경』을,
제3시는 중도교인 『해심밀경』을 설하였다고 보았다. 한편 화엄종을 집대
성한 법장은 소승교(1-6교), 대승시교(제7교), 대승종교(제8교), 대승돈교(제
9교), 대승원교(제10교)로 교판을 수립하였다. 5교 10종판을 수립한 법장은
이후 『화엄경탐현기』를 지으면서 다시 4교판으로 수정하였다. 그는 소승
교(『아함경』)는 수상법집종隨相法執宗으로, 대승시교(『반야경』/『해심밀경』)는 둘
로 나누어 하나는 반야 중관의 교학을 공시교空始敎인 진공무상종眞空無相
宗으로, 다른 하나는 유가 유식의 교학을 상시교相始敎인 유식법상종唯識
法相宗으로 시설하고, 대승종교(『여래장경』)를 대승돈교(『능가경』/『유마경』)와
대승원교(『법화경』/『화엄경』)를 포괄하는 여래장연기종如來藏緣起宗으로 재편
하였다. 이러한 법장의 변화는 그의 사상적 변화에 기반한 것이기도 하지
만 화엄학의 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함으로 이해된다. 이처럼 수당 이후의
교판은 신라의 원효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자종의 우월성을 드러내는 방
식으로 변질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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