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6 - 고경 - 2020년 2월호 Vol.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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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즐겨 쓰던 경구警句다. 이 말은 가볍지 않고 참 좋았다. 언젠가 병들어
소멸하고 말 육체는 허망하지만, 육체를 초월한 자성自性은 길이길이 지
속된다는 뜻이다. 좀 더 폭넓게 해석하면 육체에 깃들었던 정신을 부지런
히 굴려 일궈낸 정신적 자산은 육체가 사라져도 남으며, 심지어 세상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나의 글은 나의 법신이다.
아직 병들어 죽을 연령대는 아니지만 육신은 이르게 만신창이가 되어
가고 있다. 생리적인 몸이든 사회적인 몸이든, 아프고 겁나고 상처받고
밀려나는 일을 주로 당한다. 다만 늙고 위축된 몸이 무너지고 망가져갈수
록, 날카롭고 딱딱한 활자에 내 몸을 빨리 옮겨 태우고 싶다는 욕망이 자
주 든다.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에 글감이 잡히고, ‘이 따위로
죽고 싶진 않다’는 생각에 키보드를 더 빨리 두드리게 된다. 나의 현실은
마치 얼마 남지 않았다는 듯이 아주 소소하다. 반면 그 모순과 반비례의
힘으로, 죽음이 오기 전에 반드시 완성해야 할 그 무엇을 향해 맹렬히 돌
진하고 있다.
“무엇이 저의 본분입니까?”
“죽은 먹었느냐?”
“먹었습니다.”
“그랬으면 발우를 씻어라.”
젊은이들이 더 나은 스펙을 추구하는 까닭은 따지고 보면 더 나은 일
자리를 거머쥐기 위함이다. 바꿔 말하면 그 번듯한 스펙이 막상 취업으로
연결되지 못한다면, 그것은 아무 쓸모없는 껍데기이고 오히려 자존감을
갉아먹는 폐해가 되고 만다. 산다는 건 결국은 사는 것이어서, 죽기 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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