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3 - 고경 - 2020년 2월호 Vol.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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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 흙 수비하는 모습. 사진 4. 다관 만드는 모습.
늘여진 엿 가닥 마냥 느슨한 겨울의 시간이 좋다. 어둠이 긴 것이 무엇
보다 좋다. 아마 장작 가마를 하면서 밤이 짧은 여름 무렵 불을 땔 때 연
기 때문에 마음이 불안했던 트라우마 때문이겠지.
사실 가마에 불을 때 작품이 제일 잘 나오는 시기는 봄이다. 언뜻 보면
굴속 같은 가마가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 같은데 계절의 기운에 따
라 예민하게 반응한다. 여름은 습도가 높고 기온이 높아 불을 때는 작업
도 보통일이 아니지만 온도도 잘 올라가지 않는다. 특히 연기가 아래로
깔려 주변 민가에 피해를 주기에 되도록 여름에는 불때기를 자제한다. 겨
울도 불때기에 썩 좋진 않지만 밤이 길어 마음은 편하다. 겨울에 가마 불
을 땔 때는 얼굴은 탈 듯이 뜨겁고, 등은 엄청 시리다. ‘사람의 앞과 뒤의
간극이 이리 큰가?’ 싶을 정도이다.
올 겨울엔 작업장 안에서 작업하는 게 무척 즐겁다. 깜깜한 아침에 작
업장에 나가서 난로에 불을 붙이고 나무장작을 몇 개 넣으면 금세 따뜻해
진다. 난로 위에 올린 따뜻한 물로 물레를 돌리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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