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5 - 고경 - 2020년 2월호 Vol.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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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82호 |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말은
『조주록』 읽는 일요일 12
명언인데, 개인적으로는 그리 묵직
하게 들리지 않는다. 어려서 어느 티
브이 드라마에서 한 제비족이 등장
글을 했는데, 후줄근한 조연이었다. 이제
쓰는 이유 는 그 이름이 낯선 ‘캬바레’에서, 캬
바레보다도 더 낯선 ‘지르박’ 춤으로
아낙들을 유혹하며 한몫을 잡는 자
곰글 불교작가 신의 일을, 그는 예술이라고 포장했
다. 그러나 제비족임에도 잘 생기지
않았고 스스로 자화자찬하는 그 예
술마저도 솜씨가 서툴렀다. 결국 그
의 조악한 신세 때문에 예술이란 단
어에 담긴 기의記意를 자연스럽게 낮
춰본 모양이다. 꼭 그 드라마 때문만
은 아닐 텐데 아무튼 그렇다. 꼭 이
렇게 살고 싶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어쨌든 이렇게 살고 있는 것처럼.
나이 들어 불교계에서 일하게 되
면서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의
종교적 버전을 접하게 됐다. ‘육신
肉身은 유한하고 법신法身은 영원하
곰글 1975년생. 연세대 철학과 졸업. 다.’ 한국불교 제1종단인 대한불교
2002년부터 불교계에서 일하고 있다.
9권의 불서佛書를 냈다. 조계종의 기틀을 만든 어떤 큰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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