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4 - 고경 - 2020년 2월호 Vol.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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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물로 물레를 돌리면 손에 쥐가 나고 그릇이 부드럽게 나오지 않는다.
나만의 따뜻함을 누리는 호사이기도 하다.
몇 년째 쓰고 있는 장작난로도 마음에 든다. 모양새도 심플하고 연기
가 나오지 않아서 애정이 간다. 난로 위에 따뜻한 물도 올리고 고구마도
올리고 커피 잔도 올리고 ….
어찌 보면 작업에 집중하는 시간보다 딴 짓하며 노는 시간이 더 많다.
이렇게 차 마시고 음악도 듣다가 책도 읽다보면 이렇게 팔자 좋은 날도
있나 싶어 어떤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감사하게 받아들여야겠다는 생각
이 든다.
늘여진 시간 속에서 그동안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미뤄뒀던 일도 하나
씩 꺼내어 본다.
올 여름 가게 될 몽골에 안내를 해주기로 한 몽골인 부흐씨가 주문하
고 간 고량주잔 맥주잔 찻잔도 만들어본다. 초원을 생각해보며 호수를 생
각해보며 그에 어울리는 잔이 무엇일까 생각 해본다. 예전에 고비사막의
모래를 조금 가져와 흙에 섞어 그릇을 만들어보기도 했는데 그 사막의 느
낌을 느낄 수가 있었다.
올 겨울은 그리 춥지 않아서 흙도 푸러 다니고 유약으로 쓸 콩깍지나
오래된 소나무도 태워 재를 만들어 걸러 놓는다.
검은 흙을 구하러 예전에 봐놨던 개심사 뒷산 상왕산에 오른다. 개심
사 툇마루에 무시래기가 잘 말라간다. 예전에 툇마루에 앉아 햇빛을 받으
며 졸았는데 이번엔 너희들이 차지했구나. 배낭에 흙을 담아 내려오는 길
에 다리가 휘청거린다. 물에 풀어 고운 흙물을 거른다. 어떤 색이 나올까
벌써부터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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