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2 - 고경 - 2020년 2월호 Vol.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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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개심사 시래기.                                    사진 2. 흙 푸는 모습.


           은 피하고 의미 없는 것에 에너지를 쓰지 않으려 한다.
             요가를 하면서 호흡이 어쩌면 나를 이루는 전부가 아닐까 생각도 해봤

           다. 아직 코끼리의 발등을 만진 수준이지만, 숨을 통해서 많은 생각들이
           없어지고 몸의 구석구석이 정화되는 느낌은 가장 큰 기쁨이었다.

             요즘 물레 작업을 할 때는 호흡과 함께 논다. 흙덩이에서 그릇을 올릴
           때도 단숨에 올리는 경우가 있고 중간에 잠시 숨을 고르기도 하고 몇 번

           에 나누기도 한다. 그 숨결이 그릇에 고스란히 나타난다. 멈추고 단숨에
           올리고 자연스럽게 내쉬고 …. 잠깐이라도 다른 생각이 끼어들면 금세 모

           양이 흐트러진다. 도자기를 처음 배울 때 물레를 돌리면서 흙덩이의 중심
           을 잡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어렵다. 초심이 반이듯이 제대로 중심을 잡

           는 것은 절반을 이룬 셈이기도 하다.
             이 명확한 원리를 그동안은 세심하게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욕심만

           앞서서 무리해서 급하게 했던 일들도 한숨을 돌리면 그리 중요한 일도 아
           니었다. 요즘은 두 개를 하려고 생각하면 하나만 하는 편이다. 그리고 무

           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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