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9 - 고경 - 2020년 2월호 Vol.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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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경의 『지옥변증설地獄辨證說』
“지옥에 대한 말을 옛날에는 찾아볼 수 없었는데 세속에서 명
부冥府 혹은 음부陰府라 하고 또는 풍도酆都라고 한다. 『패설稗
說』에 ‘풍도는 산 이름으로 북쪽 음극陰極 지방에 있는데 그 산
에 대제大帝가 있어 인간 세상의 지옥을 주관한다’ 했다. 이백
은 시에서 ‘남쪽 두성斗星은 인간의 이생 호적을 주관하고, 북
쪽 풍도는 죽은 사람의 성명을 조사한다’고 읊었다. …중략…
또 이르기를 ‘명부에서 선악부善惡簿를 비치해 선행이 많은 자
는 복적福籍에 기록하기 때문에 선근을 심은 것을 복전福田이라
말한다. 따라서 시왕의 호가 있고 경전도 『시왕경十王經』이 있
다. 염마왕을 염마라閻摩羅, 염라, 쌍왕雙王이라고 한다. 『우란
분기盂蘭盆記』에 ‘오빠와 누이가 다 지옥의 임금이 되어 오빠는
남자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누이는 여자에 관한 사무를 처
리하므로 쌍왕이라 이름한다’고 하였다.
왕 중에 첫째 진광왕은 부동不動, 둘째 초강왕은 석가문불, 셋
째 송제왕은 문수 보살, 넷째 오관왕은 보현 보살, 다섯째 염
마왕은 지장 보살, 여섯째 변성왕은 미륵불, 일곱째 태산왕
은 약사불, 여덟째 평등왕은 관음 보살, 아홉째 도시왕은 세지
보살, 열째 오도전륜왕은 아미타이니, 오도는 바로 지옥·아
귀·축생·인도人道·천도天道가 그것이다.
‘지장 보살은 모든 중생이 지옥으로 떨어져 여러 고초를 받는
것을 불쌍히 여긴 나머지, 맹세코 그들을 구원해 주기 위해 지
옥에 이를 때마다 육환장을 울리면 지옥문이 저절로 열리게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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