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0 - 고경 - 2020년 3월호 Vol.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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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둥근 모습은 지상의 모든 사물에게 깨침의 길을 열어준다. 그리하여

           불가에서 달은 깨침의 실체로 인식되기도 하였다. 깨달음을 향한 구도의
           정신은 만고에 변치 않는 하늘의 달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편양 선

           사의 이러한 구도 정신은 안선연경에게 보여주는 시에서 선명하게 표현
           되고 있다.



                금빛 가을 하늘 달이여                      金色秋天月

                그 빛 온 누리를 비추네.                    光明照十方.
                중생의 마음 물처럼 맑으면                    衆生水心淨

                곳곳마다 그 맑은 빛 떨어뜨리리.                處處落淸光.


             불가에서 달의 이미지는 무엇일까. 중국 선종의 제3조 승찬 스님은
           “원동태허圓同太虛 무결무여無缺無餘”로 달의 상징성을 말하고 있다. 지극

           한 도는 참으로 원융하고 걸림이 없어 둥글기가 허공과 같다는 것이다.
           남음도 없고, 모자람도 없는 절대적인 무한의 진리가 원으로 표현된 것이

           며, 그 원의 대표적 상징체가 바로 달이다. 금빛 가을 하늘 달에서 내뿜
           는 광명은 온 우주를 비추는 빛이다. 하나의 달이 천강을 비추듯 자기 자

           성이 맑아지면 중생의 마음에도 부처가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 빛을 받
           아들이는 우리 중생들의 마음이다. 분별심을 끊고 집착하지 않는 청정수

           같은 마음을 가진 자 만이 그 광명을 누릴 수 있다. 상징과 은유로 불법의
           대의를 밝히고 있는 걸작이다.

             평생을 보살행의 실천으로 저자거리를 찾아다니며 전법활동을 했던
           편양이었지만, 만년에는 마음의 고향인 산사로 돌아온다. 통성암에 머물

           며 밭을 일구어 차 싹을 옮겨 심고 정자를 지어 낮에는 불경을 읽고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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