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2 - 고경 - 2020년 3월호 Vol.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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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적인 조류로서 범어梵語 문헌의 해독과 같은 서양의 학문적 방법론을
받아들여 기존의 한문 문헌에 근거한 전통불교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그
내용으로 삼을 수 있다. 이러한 양면적인 의미가 근대불교학이란 말에 담
겨있다고 생각되지만, 그렇더라도 일본에서 이러한 의미의 근대불교학이
형성될 수 있었던 것은 최고의 학문적인 장場인 대학에서 불교에 대한 강
좌가 이루어졌다는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다고 생각된다.
강사는 조동종 선승 하라 탄잔
일본에서 최초로 설립되는 관립대학인 도쿄대학東京大學은 1877년[明治
10]에 설립된다. 그리고 이 도쿄대학에서 ‘불서佛書 강의講義’라는 이름의
불교 강좌가 개설되는 것은 개교 2년째인 1879년이다. 이 1879년의 시점
은 1868년 메이지유신으로부터는 12년의 세월이 지난 것이지만, 사실 메
이지유신 이후 불교의 역사적 전개를 보면 도쿄대학에서 불교 강좌가 개
설되는 것 자체가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고 생각된다. 즉 메이지유신 이
후 본격적으로 일어난 폐불훼석의 여파는 불교계로 하여금 일본 사회 속
에서 존립의 기반조차 확보할 수 없는 상태로 몰아넣었다. 메이지유신의
근대 이전 에도막부의 근세기에 거의 국교의 지위에 있었던 불교계로서
는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하였지만, 이렇게 급전직하한 위상을 회복
하려는 불교계의 노력은 적어도 도쿄대학이 설립되는 1877년 정도에는
상당히 결실을 보았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불교탄압이 천황제 건립의 이
념적 토대로서 신도국교화神道國敎化 정책에 의거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
회적 풍조로서는 도쿄대학에 불교학보다는 신도학神道學의 강좌가 먼저
개설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비판과 논쟁이 난무하는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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