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3 - 고경 - 2020년 3월호 Vol.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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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학문적인 장에 불교 강좌가 등장한 것이다. 그리고 이 불교 강좌는 이
후 ‘인도 및 지나철학’에서 ‘인도철학印度哲學’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불교
학의 전통을 이어간다. 도쿄대학에서 ‘인도철학’이라는 명칭이 쓰이게 된
역사적 상황을 살펴보기로 한다.
1877년 출범하는 도쿄대학은 역사적 과정에서 세 개의 학교가 통합되
어 등장한다. 곧 에도막부시기의 유학을 근간으로 하는 공식적인 학문기
관인 창평판학문소昌平坂學問所의 전통을 잇는 창평학교昌平學校, 에도막부
말기에 세워져 서양의 문물을 수집하고 연구하는 번서조소蕃書調所의 전
통을 잇는 도쿄개성학교東京開成學校, 에도시대 서양의술을 배우고자 세워
진 서양의학소의 전통을 잇는 도쿄의학교東京醫學校의 셋이다. 이 셋 중에
창평학교는 1870년 폐지되고 1877년 대학개교에 임해 도쿄개성학교와
도쿄의학교가 합쳐서 도쿄대학이 된다. 그리고 도쿄대학의 조직은 개교
이전에는 정식으로 국학이나 유학을 대학에서 가르치는 것을 논의하였다
고 하지만, 실제 개교에 임해서는 법과·이과·문과·의과의 네 개학부
가 출범한다. 그리고 문과의 학과로서는 제1과에 사학·철학·정치학 제
2과에 화한문학과和漢文學科를 두었다. 이 학과의 조직구성은 개교 이후
매년 그 명칭이 바뀌지만, ‘불서 강의’는 개교 2년째인 1879년 제2과인 화
한문학과의 교과목으로 개설되고, 1882년[明治 15]에는 철학과 내에서 ‘인
도철학’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도쿄대학 전체의 조직이 설립 당초부
터 매년 바뀌지만, 그 명칭 중에 특히 의미를 갖는 것은 문과에 철학哲學
이라는 이름을 학과명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모든 학문의 근원이라는
의미의 철학이 도쿄대학의 학과 명칭에 사용된 것은 당시 도쿄대학의 설
립이념과도 연결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일본에서 서양의 Philosophy를 철학으로 번역한 사람은 잘 알려져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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