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 - 고경 - 2020년 3월호 Vol.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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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말로 철두철미한 개인주의자 아니오?”

             “스님 해석이 퍽 보편적이십니다.”
             “아니야, 이것은 내가 만들어 낸 말이 아니고 해인사의 팔만대장경판

           에 모두 그렇게 씌어 있어요. ‘남을 위해 살아라’ 하고. 보살의 육도만행六
           度萬行 6바라밀의 처음이 무엇인고 하니 베푸는 것입니다. 정신적으로 물

           질적으로 남을 돕는 것, 그것이 바로 보시예요. 팔만대장경 전체가 남을
           위해서 살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
             “그러니 승려가 출가하는 것은 나 혼자 편안하게 좋으려고 그러는 것

           이 아니고 더 크고 귀중한 것을 위해 작은 것을 버리는 겁니다. 그래서 결
           국에는 무소유無所有가 되어 마음의 눈을 뜨고 일체중생을 품안에 안을

           수 있게 되는 거지요.”



             우리가 마음의 눈을 뜨려면 반드시 탐내는 마음 이것을 버려야 하는
           데, 탐욕을 버리려면 ‘나만을 위해, 나만을 위해’ 하는 이 생각을 먼저 버

           려야 합니다. 전에도 이야기하지 않았습니까? 불공이라고 하는 것은 부
           처님 앞에 갖다 놓고 절하고 복 비는 것이 아니고 순수한 마음으로 남을

           돕는 것이 불공이라고.
             부처님께서 『보현행원품普賢行願品』에 아주 간곡하게 말씀하시지 않았

           습니까? 당신 앞에 갖다 놓는 것보다도 중생을 잠깐 동안이라도 도와줄
           것 같으면 그것이 자기 앞에 갖다 놓는 것보다도 여러 억천만 배 비교할

           수 없는 공덕이라고 말입니다.
             이것은 무엇이냐 하면 결국 마음의 눈을 떠서 미래겁이 다하도록 영원

           한 큰 살림살이를 성취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남을 도와주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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