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 - 고경 - 2020년 3월호 Vol.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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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냐 하면 배고픈 호랑이를 위한 것도 있었지만 그 내용에는 큰 욕심, 큰

           욕심이 있는 것입니다. 물거품 같은 몸뚱이 하나를 턱 버리면 그와 동시
           에 시방법계 큰 불국토에서 미래겁이 다하도록 자유자재한 대해탈을 성

           취할 수 있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출가하신 것도 그런 것입니다. 나중에 크면 임금이 될 것

           이지만 이것도 가져 봐야 별것 아닙니다. 서 푼 어치의 값도 안 되는 줄
           알고 왕위도 헌신짝같이 차버리고 큰 돈벌이를 한 것 아닙니까?



             순치황제順治皇帝는 만주에서 나와 수년 동안 전쟁을 해 대청제국大淸帝

           國을 건설하였습니다. 중국 본토 이외에도 남북만주, 내외몽골, 티베트,
           인도차이나에 이르는 대제국을 건설한 것입니다. 그래 놓고 가만히 생각

           해 보니 참으로 눈을 떠서 미래겁이 다하도록 해탈도를 성취하는 것에 비
           하면, 이것은 아이들 장난도 아니고 10원짜리 가치도 안 되는 것임을 알

           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순치황제는 대청제국을 헌신짝처럼 팽개쳐 버리
           고 그만 도망을 가버렸습니다.

             금산사金山寺라는 절에 가서 다른 것도 아니고 나무하고 아궁이에 불이
           나 때는 부목負木이 되었습니다. 순치황제 같은 사람이 절에 가 공부하기

           위해 나무해 주고 스님 방에 불이나 때주고, 이렇게 되면 그 사람은 공부
           를 성취 안 하려야 안 할 수 없습니다.

             순치황제가 출가할 때 “나는 본시 서방의 걸식하며 수도하는 수도승
           이었는데, 어찌하여 만승천자로 타락하였는고[我本西方一衲子, 緣何流落帝王

           家]?” 하고 탄식하였습니다. 만승천자의 부귀영화를 가장 큰 타락으로 보
           고 그 보위寶位를 헌신짝같이 차버린 것입니다.
             이것도 생각해 보면 욕심이 커서 그렇습니다. 대청제국이란 그것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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