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 - 고경 - 2020년 3월호 Vol.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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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짜리도 못 되고, 참으로 눈을 바로 뜨고 보면 시방법계에서 자유자재하

            게 생활할 터인데 이보다 더 큰 재산이 어디 있겠습니까? 지나간 이야기
            를 한 가지 하겠습니다.



              6·25사변 때 서울대학에서 교수하던 문 모某 박사라는 사람이 나를

            찾아와 하는 말입니다.
              “스님들은 어째서 개인주의만 합니까? 부모형제 다 버리고 사회와 국

            가도 다 버리고 산중에서 참선한다고 가만히 앉아 있으니 혼자만 좋으려
            고 하는 그것이 개인주의 아니고 무엇입니까?”

              “그래요? 그런데 내가 볼 때는 스님들이 개인주의가 아니고 당신이 바
            로 개인주의요!”

              “어째서 그렇습니까? 저는 사회에 살면서 부모형제 돌보고 있는데, 어
            째서 제가 개인주의입니까?”

              “한 가지 물어보겠는데, 당신은 여태 50평생을 살아오면서 내 부모 내
            처자 이외에 한번이라도 남을 생각해 본 적 있습니까? 양심대로 말해 보

            시오.”
              “그러고 보니 참으로 순수하게 남을 위해 일해 본 적은 없는 것 같습

            니다.”
              “스님들이 부모형제 버리고 떠난 것은 작은 가족을 버리고 ‘큰 가족’을

            위해 살기 위한 것입니다. 내 부모 내 형제 이것은 ‘작은 가족’이고. 이것
            을 버리고 떠나는 그 목적이 어디에 있느냐 하면 모든 중생을 평등하게

            보기 때문이지요. 그러니까 내 손발을 묶는, 처자권속이라고 하는 쇠사슬
            을 끊어 버리고 오직 큰 가족인 일체중생을 위해서 사는 것이 불교의 근

            본입니다. 내 부모 내 처자 이외에는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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