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3 - 고경 - 2020년 3월호 Vol.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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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적지 않은 문헌에 등장한다.
계모인 왕비의 만행으로 두 눈을 도려내는 아픔을 겪었지만 쿠나라 태
자는 아버지의 아픔과 계모의 만행을 천하에 드러내지 않으려 했다. 이
사실을 아버지 아쇼카 왕의 평소 가르침이 쿠나라 태자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하면 지나친 것일까? 아무튼, 쿠나라 태
자 탑 앞에서는 여러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교활한 여인, 고통을 당하고
도 참는 태자, 후일 이런 사실을 알게 된 부왕父王의 고뇌 등등….
탁실라 박물관에서 마주친 부처님
쿠나라 태자 탑이 있는 탁실
라 지역에는 탁실라 박물관(사진
2)이 있다. 박물관 내부에는 탁
실라 지역에서 출토된 여러 유
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 유물
들의 대다수는 불상, 불두, 불전
도, 보살상 등이다. 그만큼 고대
간다라 지역의 주요 종교는 불교 사진 2. 파키스탄 탁실라 박물관 전경.
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현재의
간다라는 불교를 믿는 이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러기에 불교 유적지에 있
는 우두커니 서 있는 불탑의 벽돌을 하나씩 빼 자신의 집이나 축사를 만
드는데 사용하기도 한다. 그들 선조의 염원이 담긴 벽돌이니, 후손들이
생활에 필요해 사용한다고 해서 비난할 일만은 아닐 것이다.
탁실라 박물관에는 불두佛頭가 많다. 세월이 지나고, 불교를 믿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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