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6 - 고경 - 2020년 3월호 Vol.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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섯 가지 범주의 심리작용을 말한다. 마음은 여섯 가지 범주의 심리작용으

           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백일법문에서는 감산憨山 스님이 집필한 『백
           법명문론논의』를 바탕으로 육위심소에 대해 설명하는데, 이 책은 세친이

           쓴 『대승백법명문론』에 대한 주석서이다. 따라서 육위심소설은 인도 유식
           학의 제2기에 해당하는 세친의 학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음을 구성하는 6가지 심리작용[六位心所]


             주지하다시피 유식학에서 마음은 심왕과 심소로 크게 구분된다. ‘심왕

           (心王, citta)’이란 마음의 근간적 부분으로 아뢰야식을 비롯한 여덟 가지 식
           識을 말한다. 8식으로 구성된 심왕은 마음의 주체主體이자 근간이 됨으로

           달리 ‘지(地, bhūmi)’로 표현한다. 지는 ‘장소’ 또는 ‘공간’이라는 뜻으로 심
           왕의 영토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마음이라는 영토 위에서 선善, 불선不善,

           무기無記와 같은 갖가지 마음의 작용이 일어나고 소멸하기 때문이다.
             반면 ‘심소(心所, caitta)’는 ‘심소유법心所有法’의 준말로 ‘마음이 소유한

           법’이라는 뜻이다. 심소는 심왕에 수반되어 나타나는 종속적인 심리작용
           이기 때문이다. 심왕이 마음이라는 영토를 관장하는 왕이라면 심소는 마

           음의 영토에 살아가는 신하에 비유된다. 그래서 법상종에서는 심소법은
           심왕이 지어낸 것이며 마음에 종속된 것으로 보았다.

             세친은 심왕에 수반되는 심리작용인 심소법을 여섯 가지 범주로 분류
           하는데 이를 육위심소라고 한다. 마음의 부림을 받는 여섯 가지 범주의

           심리작용이라는 의미인데, 이 여섯 가지 범주는 다시 51가지의 심리작용
           으로 세분된다. 성철 스님은 이와 같은 육위심소에 대한 바른 이해가 전

           제되어야 『팔식규구』를 공부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를테면 육위심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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