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4 - 고경 - 2020년 3월호 Vol.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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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 탁실라 박물관의 부처님 사리.

           서, 혹은 발굴과정에 훼손되어 지금은 불두만 남은 것이다. 그래서 과거

           의 찬란했던 불교 융성지였음을 느끼는 것과 동시에 씁쓸함이 함께 느껴
           지는 곳이 탁실라 박물관이다. 그런데 그 씁쓸함을 말끔하게 지워줄 중요

           한 무언가가 있다.
             널리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곳에는 부처님 사리(사진 3)가 모셔져 있

           다. 박물관의 부처님 사리가 공개된 것은 약 5년 전. 스리랑카 스님들이
           이곳에 부처님 사리가 모셔져 있음을 알고 공식적으로 요청했고, 박물관

           내에서 스님들이 ‘사리를 존숭하는 의식’을 거행했다. 박물관 직원은 그
           사실을 무척이나 자랑스러워했다. 물론 박물관 직원들이 불교를 믿어서

           ‘사리舍利 의식’을 거행한 것은 아니다. 이슬람교도들인 그들은 불교를 알
           지 못한다. ‘그 의식’을 위해 경제적 후원이 있었기에 사리의 ‘경제적 가

           치’를 새롭게 인식(?)한 것이리라. 어쨌든 ‘사리 의식’이 과거 한 때 대·소
           승이 공존했던 ‘간다라의 영광’을 되새기는 하나의 방편이 되었으면 좋겠

           다. 그들의 조상들이 열심히 믿고 사랑했던 종교, 왕마저 신봉했던 종교,
           그것이 바로 불교였음을 파키스탄 사람들이 탁실라 박물관에서나마 느끼

           게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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