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1 - 고경 - 2020년 4월호 Vol.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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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라고 여겨졌다. 반면

            에 『대승기신론』은 인간이 본래 불성을 가지고 있
            고 종교적 실천을 통하여 그 불성의 깨달음에 도

            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불교를 엄격한 논리 체
            계를 가진 철학적 측면보다 수양과 관련된 종교적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불교를 서양철학과                   사진 2. 태허 스님.
            대응할 수 있는 철학적 논리 체계에 비중을 두어야 하는지, 아니면 중국

            전통의 깨달음에 기반을 둔 종교성을 강조해야 하는지의 문제가 대두하게
            되었다. 아라야식 연기설인 유식불교와 진여연기설인 『대승기신론』 중에

            서 어느 것을 진정한 불교로 볼 것인가 하는 논쟁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근대 중국불교의 두 시각



              1920년대 이래 중국 불교학계에서는 『대승기신론』의 성격을 둘러싸
            고 격렬한 논쟁이 전개되었다. 『대승기신론』을 비판하는 대표적인 인물로

            는 구양경무(歐陽竟無, 1871-1943, 사진 1)와 그를 중심으로 한 남경내학원南京
            內學院 학자들을 들 수 있고, 옹호하고 추종하는 인물로는 태허(太虛, 1889-

            1947, 사진 2)와 그를 중심으로 한 무창불학원武昌佛學院 학자들을 들 수 있
            다. 1922년 태허, 은태여殷太如, 장죽장蔣竹庄 등은 남경에서, 구희명邱晞明,

            여징呂澂, 웅십력熊十力, 진명추陳銘樞 등은 내학원에서 논쟁을 벌였다. 구
            양경무는 「유식결택론唯識抉擇論」을 지어 『대승기신론』의 진여와 무명의 관

            계를 반박하였고, 태허는 「불법총결택담佛法悤抉擇談」을 지어 구양경무의
            학설을 반박하고 『대승기신론』을 옹호하였다.

              내학원 학자들은 인도 유식불교의 입장에서 『대승기신론』이 인도불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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