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2 - 고경 - 2020년 4월호 Vol.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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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유식불교의 정신과 다르므로, 『대승기신론』이 대승불교의 참된 계승
이 아니라 소승불교, 또는 외도外道의 학설이라고 판정하였다. 반면에 불학
원 학자들은 본체와 현상이 둘이 아니라는 체용불이體用不二 사상과 종교
적인 신앙에 의거하여, 『대승기신론』이 불교의 최고의 발전이라고 주장하
였다.
구양경무를 중심으로 한 내학원 학자들이 중국불교와 인도불교의 차
이점을 분명히 의식하고 있으면서도 『대승기신론』을 비판한 이유는 한편
으로는 인도불교의 본래 정신으로 되돌아가려는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
는 유식불교의 이성적이고 사변적인 논리정신으로 당시 서양철학의 유입
에 대응하려는 것이었다고 여겨진다. 반면 태허를 중심으로 한 불학원 학
자들은 『대승기신론』을 부정하는 것은 중국불교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생
각하고, 이 때문에 『대승기신론』의 합법성을 적극적으로 옹호하였다. 그
리고 여러 방법으로 『대승기신론』과 유식불교가 서로 회통한다는 점을 논
증하고자 하였다.
사실 『대승기신론』은 주로 본체와 현상의 종합이라는 교리, 그리고 진
여를 우주의 마음[宇宙心]으로 파악하는 관념론에서 그 사상적 특징을 찾
을 수 있다. 『대승기신론』이라는 책의 제목 자체가 ‘대승大乘’, 즉 진여에
대한 신앙의 깨달음이라는 의미이다. 이 세계의 모든 존재들이 사실은 진
여의 자기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는, 깨달음을 불러일으키는 책이라
는 의미이다. 기본적인 가정이 초월적이면서 동시에 내재하는 진여에 대
한 믿음이다. 실재하는 것은 진여뿐이고, 그 밖의 것은 비실재하고 단지
현상일 뿐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진여라는 근원에서 바라보면 현상 세계
의 모든 존재들은 참되고[眞] 동일하다[如]. 따라서 형이상학적으로 보면
『기신론』은 일원론이며, 필연적으로 종교적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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