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8 - 고경 - 2020년 4월호 Vol.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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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는 것이 아라야식 연기설의 내용이다. 그 이전 초기 불교인 소승 불교

           에서는 사람이 ‘업業’을 원동력으로 하여 윤회한다는 ‘업감연기설’을 말하
           였다. 윤회란 사람이 죽는다고 끝이 아니라, 죽으면 다시 생명을 받아 다

           른 생명으로 태어나는 일을 반복하며 사는 것을 말한다.
             이 때 그 사람이 전생에서 착한 일을 행하면 다음 생에서 좋은 결과를

           받고, 악한 일을 행하면 다음 생에서 나쁜 결과를 받는다고 한다. 그런데
           불교에서는 자아가 없다고 말하는데, 어떻게 자신의 행위에 대한 결과인

           과보를 받을 수 있을까? 소승 불교에 의하면, 이 과보를 받을 수 있게 하
           는 것이 업이다. 업이라는 실체가 전해지고 또 인간은 죽으면 끊임없이

           다시 태어나는 ‘윤회의 수레바퀴’ 속에 있기 때문에, 착한 행위를 하면 좋
           은 과보를 받고 악한 행위를 하면 나쁜 과보를 받게 된다는 사실이 설명

           되는 것이다.



             아라야식연기설



             인도 유식불교에서도 이 구조는 변함이 없으나, 인간의 의식을 순간(찰
           나)마다 생성되었다가 바로 소멸되는 것으로 규정함으로써 새로운 설명

           이 필요하게 되었다. 한 순간 소멸하는 의식이 어떻게 과거의 행위와 연
           결하여 미래의 업을 생성할 수 있을까? 유식불교는 인간 마음속의 근본

           의식인 아라야식을 설정함으로써 해결하였다. 우리 마음의 아주 깊고 깊
           은 속에 있으면서 우리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넓은 영역의 의식, 심리

           학에서는 무의식, 심층의식이라고 부르는 근본 의식을  유식불교는 아라
           야식이라고 부른다. 연기, 공空은 현상계의 모든 사물들이 수많은 원인과

           결과의 고리로 이어진 관계망 속에 있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초기 불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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