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3 - 고경 - 2020년 4월호 Vol.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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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불성을 가지고 있고 모든 사람이 결국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보편적인

            구원의 철학의 목표는 신앙에 의한 구원이라는 것이 『대승기신론』의 결론
            이다.

              그런데 바로 여기에 『대승기신론』을 둘러싼 논쟁이 일어날 수 있는 소
            지가 있게 된다. 그것은 바로 유식불교가 본체와 현상, 진여와 현상, 법

            성과 법상을 구분하는 것이 해탈의 목표를 분명히 하게 되어 구원에 이
            를 수 있다고 봄과 동시에, 분석적·과학적 방법을 택함으로써 신앙에

            의한 구원을 저평가하게 되었다는 사실에 의거한다. 즉 유식불교의 입
            장은 『대승기신론』에서 본체와 현상, 진여와 현상, 법성法性과 법상法相

            을 일치시켜 봄으로써 모든 중생의 불성을 확신하는 보편적인 구원을 주
            장하는 것과는 완전히 대비되는 내용이다. 구양경무는 법상과 법성을 구

            분하고 진여를 절대적으로 초월적인 것으로 보는 반면, 태허는 법상과 법
            성을 구분하지 않고 진여를 초월적이면서 동시에 내재하는 것으로 여겼

            던 것이다.
              이것은 중국 근대라는 당시의 지적 분위기와도 연관된다. 서양 문화의

            충격으로 동양의 전통 철학을 반성하게 되는 지성적인 분위기에서 지식
            인들은 지적인 이해가 없는 신앙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였고, 따라서 신

            앙을 강조하는 『대승기신론』은 거부되었다. 그리고 완전히 대조적인 성격
            을 지닌 유식불교가 관심을 끌게 되었던 것이다. 『대승기신론』이 일원론,

            또는 전체성의 철학인 데 반하여, 유식불교는 엄밀하게 말하면 사적이고
            개인적인 철학이다. 개인의 주체성을 강조하는 근대 시기에 전체성과 단

            일성의 철학보다 사적이고 개인적인 철학이 주목을 받게 되는 것은 어쩌
            면 당연한 일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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