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 - 고경 - 2020년 4월호 Vol.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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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불교 장례문화에서 망자亡者가 극락으로 왕생하기를 발원하며 만

            든 학가마에서 보듯, 학은 반야용선을 끄는 천룡天龍과 함께 망자를 극락
            으로 이어주는 상서로운 새로 여겨지고 있다. 불교의 49재 의식에 ‘학춤

            작법’이 있는 것도 학이 갖고 있는 이런 의미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대웅전 천정의 단청이나 벽화, 조각 등에서 학을 자주 볼 수 있고,

            학과 관련된 신비한 사찰 설화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것도 다 그런 맥락
            에서다.

              신라의 범일 국사와 조선의 유일한 국사인 무학 대사 등은 어찌 보면
            학의 정기를 받아 국사가 된 것 같기도 하다. 우리 집 부근에 무학 대사의

            탄생이 학과 관련이 있다는 내용을 담은 무학 대사 비가 있다. 예전에 가
            본 적이 있어 무작정 길을 나섰는데 위치를 인터넷이나 네비게이션으로

            찾을 수 없었다. 서산 부석사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무학로를 따라 무학
            사슴농장 쪽에서 헤매다 작은 표지판을 보고 찾았다. 예전에는 소나무 아

            래 조경과 어울려 나름 괜찮았는데 지금은 도로 확장 공사로 옮겨져 나무
            하나 없는 들판에 비가 있어 아쉬웠다. 혹여 서산을 찾는 분들을 위해 낡

            은 안내판의 무학 대사 기념비 주소를 올려본다.(충남 서산시 인지면 애정 1리)
            무학 대사를 품은 학의 정기가 깃든 이곳에서 불가기공 학보鶴步를 촬영했

            다(사진).
              학은 거북이, 사슴과 같이 십장생 중 살아 움직이는 세 마리 동물 가운

            데 하나로 꼽힐 정도로 신령한 동물이다. 천년을 산다는 학은 몸을 가볍
            게 하여 하늘을 잘 날 수 있도록 먹이를 많이 먹지 않는다고 한다. 소식少

            食은 장수의 비결이다. 백학과 같이 맑고 고결한 모습과 한 다리로 서 지
            기地氣를 머금는 고고한 자태는 기공수련자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무병장수하는 방법의 하나로 손꼽히는 백학 자세인 백학일각白鶴一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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