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2 - 고경 - 2020년 4월호 Vol.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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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정의할 수 있다면 차라리 쉽겠지.



             『선다록』은 다기茶器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선의 다도에서 사용되는 기물器物은 반드시 아름다운 다구

                도 아니고, 진귀한 다구도 아니고, 값비싼 다구도 아니며, 오
                래된 골동품도 아니다. 일체의 번뇌 망념을 텅 비우고 걸림 없

                이 자성이 청정[圓虛淸淨]한 일심을 용기用器로 삼는다. 일심청
                정을 선다의 다기로 삼아 다도를 실행하는 것이 선기禪機의 차

                [茶]가 된다.”



             이번 전시의 제목을 ‘일상日常 다반사茶飯事’로 정했다. 일상 다반사는
           깨달음의 표현이 나타나는 곳의 의미로도 쓰이는데 수행의 장인 셈이다.

           어떤 엄격한 절차나 형식이 따르는 부담에서 벗어나 밥 먹듯이 편안한 일
           상에 녹아있는 찻자리, 차를 일상으로 마시면서 느끼는 마음의 여유, 그

           리고 찻그릇에서 느껴지는 편안한 엄숙함이랄까. 일단 작업을 하면서 그
                                                           느낌을 찾아야할

                                                           것 같았다.
                                                             올해 들어 가

                                                           마의 불을 세 번
                                                           땠다.  한  번  땔

                                                           때마다  가마를
                                                           채우는  기물의

           도자기 파편들.                                        양이  상당해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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