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7 - 고경 - 2020년 4월호 Vol.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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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중생의 근기에 따라 적당한 방편을 나타내는 지혜로운 덕이 원만하다는
것을 의미한다(사진 1).
『사경지험기四經持驗紀』의 천수관음 영험담
『사경지험기』는 조선후기에 활동한 백암성총(1631-1700) 스님께서 청
나라 주극복이 편찬한 『관세음지험기』, 『역조법화지험기』, 『역조금강지험
기』, 『역조화엄경지험기』 등의 내용을 발췌하고 편집해 1686년(숙종 12)에
간행한 것이다. 즉 『화엄경』·『금강경』·『법화경』·『관음경』을 사경하거나
독송하고 간행해 유포한 이들의 영험담을 엮은 것인데 이 가운데 『관세음
지험기』에 천수관음신앙과 관련된 내용이 있어 주목된다.
“당나라 이흔李昕은 천수천안주千手千眼呪를 열심히 독송하였
다. 어떤 사람이 학질에 걸리자 이흔이 그를 위해 주문을 외워
준 적이 있었다. 그러자 귀신이 모습을 나타내고 그에게 ‘내 본
래 당신에게 큰 곤욕을 치르게 할 작정이었으나 이씨네 열 넷
째 아들이 무서워 감히 다시는 찾아오지 못하겠구나’ 하였다.
이씨네 열 넷째 아들은 바로 이흔이다.
그가 하남을 여행할 때였는데 여동생이 질병에 걸려 죽었다
가 며칠 만에 다시 살아나 말했다. ‘처음에 여러 사람들에게 붙
잡혀 무덤 사이로 끌려갔는데, 그 가운데 한 사람이 이 사람은
이씨네 열넷째 아들의 여동생인데, 그가 지금 하남에서 돌아
오는 길이어서 곧 집에 도착할 것이다. 만일 우리가 그의 여동
생을 잡아갔다는 소식을 들으면 분명 신주神呪로 우리를 꼼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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