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3 - 고경 - 2020년 4월호 Vol. 84
P. 43
그대로 ‘빡세게’ 일
해야 한다. 가마
불때기가 실패하
면 그간 작업한 것
이 허사로 돌아가
힘이 빠진다. 올
첫 불은 가마의 불
을 오랜만에 지펴
도자기 가마의 타오르는 불꽃.
서인지 가마 내부
에 습기가 많이 차 있었다. 가마가 익어야 그릇도 익는데 불이 약했나 보
다. 대부분 녹지 않아서 가마만 덥힌 꼴이 되었다.
불을 과학적으로 때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두 번째는 여러 가지로 세
심하게 살펴보았다. 유약도 직접 만든 거라 불에 잘 녹을 수 있도록 미
세하게 조절했다. 바람과 날씨도 중요하다. 바람은 없는 것이 좋고, 날
씨도 고기압일 때가 좋다. 연기 때문에 마을에 피해를 줄 수 있어 주로
밤을 꼬박 새며 불을 땠는데, 그 일이 힘들어 이번에는 아침부터 서서히
군불 때듯이, 시간을 길게 두고 예열을 해 나갔다. 온도가 높지 않으면
연기도 심하게 나지 않기 때문이다. 오후 3시부터 본격적으로 불을 때
기 시작하면, 이미 가마 내부가 예열이 되어 있는 상태라, 밤을 꼬박 새
는 일은 피할 수 있어서, 체력 소모가 덜 했다.
다행히 두 번째 세 번째 가마 불때기는 그럭저럭 잘 녹았다. 참 신기한
게 가마라는 막혀 있는 공간인데도 계절에 따라 확연히 차이가 있다. 봄
에 불 때는 것이 가장 좋은데 세상의 만물이 소생하는 것과 같은 시기다.
이번에 불을 때면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온 나라가 심란한데 1300
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