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4 - 고경 - 2020년 4월호 Vol.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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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나 되는 이 불앞에서 장작을 몇 번 던지면 나쁜 바이러스가 다 없어질
텐데’ 하는 부질없는 생각도 오갔다. 나무로 1300도까지 올리는 것은 보
통일이 아니다. 나무를 많이 넣는다고 온도가 올라가는 것도 아니고 모든
조건이 맞아야 한다. 그 중 나무의 조건만 따지자면 잘 마른 소나무를 가
늘게 쪼갠 것이 화력이 제일 좋다.
선禪을 찾아서
내 나름의 ‘선적禪的’인 느낌을 찾기 위해 작업의 전 과정을 고요와 집중
으로 연결해보려 했다. 그릇의 선線에서도, 잠시 생각이 끼어들면 흔들리
는 모습이 느껴졌다.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피곤함을 느끼면 되도록 작업
에서 손을 놓고 차를 마시거나 산책을 한다. 무리하는 것, 그래서 억지로
해야 할 일로 느끼면, 흥미도 떨어지거니와 결과적으로 실패율도 높았다.
그리고 청정과 단순함으로 재료를 취하려 했다. 흙은 순수한 흙을 쓸
것, 유약은 재유灰釉 위주로 하되 직접 농사지은 것이나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나무를 태워 재로 만들 것, 그리고 불을 땔 때는 소나무만 쓸 것.
내 나름의 조용한 원칙을 이어나가다보면…. 손과 감각은 늘 ‘선적禪的이
라는 것’에 한 켠을 열어두고, 내 스스로에게도 들키지 않도록 단속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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