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0 - 고경 - 2020년 4월호 Vol.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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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삼마지]은 정定이라고 번역[漢譯]한다. 관찰한 대상에 대해

                마음이 오로지 기울여서 흩어지지 않게 하는 것을 본성으로 하
                고, 지智의 의지처이다.”      4)



             라고 하여, 위의 두 주석서의 내용과 거의 동일합니다. 다시 말해

           ‘정’심소는 “관찰된 대상에 대해 마음이 집중하는 마음이며, 지[지혜]를 생
           기게 하는 의지처”라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정’심소를 ‘관찰

           된 대상에 집중하는 마음작용’이라고 정의한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염, 정, 혜의 관계에 대해 설명을 추가하고자 합니다.

           지난 호에서 념念 심소에 대해 설명했습니다만, 념은 ‘과거에 경험한 대
           상을 기억하는 마음작용’이기 때문에 원인이 됩니다. 반면 정定은 그 ‘기

           억한 대상’에 ‘집중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집중하는 마음인 정定은 대상을 있는 그대로 비추는 지혜[慧]를 생기게 하

           고, 신심身心을 자유롭게 활동시키기도 하며, 마음을 정화하기도 하는 3
           가지의 작용을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정定도 선과 악에 대해 마음을 집중하기 때문에, 선악 양쪽에
           작용합니다. 왜냐하면 선善한 대상에 집중하는 깊은 삼매[정]에 들 수도

           있지만, 도둑이 주인이 깨지 않게 발소리을 내지 않으려고 집중하는 것도
           정定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유식에서 ‘정’ 심소는 깨달음을 얻기 위해 수

           행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마음작용입니다.
             사족을 붙이자면 성철 스님은 『백일법문(중)』(p.316)에서 ‘정’ 심소를 ‘전






           4)  “此飜爲定. 於所觀境. 令心專注不散. 而爲體性. 智依此生.”(『대승백법명문론직해』, 속장경 48, 342c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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