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4 - 고경 - 2020년 4월호 Vol.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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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유식론』에서도 “관찰된 대상에 대해 간택簡擇을 본질[性]로 하고, 단

                                              7)
           의(斷疑, 의심을 끊는 것]를 작용으로 한다.” 고 주석합니다. 또한 지욱스님
           도 “관찰된 대상에 대해 ‘간별결택’하는 것을 본성으로 삼고, 의심을 끊
                                  8)
           는 것을 작용으로 삼는다.” 라고 주석합니다. 이처럼 지욱스님은 『성유식
           론』에서 주석한 ‘간택簡擇’을 ‘간별결택簡別決擇’이라고 주석하는데, 간택[간

           별결택]이란 ‘이것과 저것을 확실하게 판단하여 나누어, 확정적으로 선택
           하는 마음작용’이라는 의미입니다. 이처럼 혜의 본성은 간택하는 마음작

           용입니다.
             그리고 혜의 심소도 선과 악의 양쪽에 작용합니다. 그렇지만 ‘의심[의

           혹]을 끊는 것’이 혜의 작용이기 때문에 역시 의혹[疑]의 번뇌를 단절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일반적으로 ‘혜’를 문혜,

           사혜, 수혜의 3종류로 나눕니다. 먼저 문혜聞慧란 신뢰할 수 있는 스승의
           올바른 가르침을 받아 얻어지는 지혜입니다. 사혜思慧란 신뢰할 수 있는

           스승으로부터 들은 것을 올바르게 생각하여 얻는 지혜입니다. 그리고 수
           혜修慧란 문혜와 사혜를 바탕으로 올바른 정[삼매]을 통해 얻어지는 지혜

           를 말합니다. 이처럼 문혜에서 출발해 사혜를 거쳐 수혜로, 즉 혜[지혜]를
           완성합니다.

             그런데 세친 보살은 혜의 심소를 말나식과 함께 작용하는 18개의 심
           소 중의 하나로 분류합니다. 혜가 어떻게 모든 것을 자아 중심적으로

           생각하는 마음인 말나식과 함께 작용하는 것일까요? 아마도 혜의 심소







           7) “於所觀境簡擇爲性. 斷疑爲業.”(『성유식론』, 대정장 31, 28c11)
           8) “于所觀境. 簡別決擇 而爲體性. 斷疑而爲業用”(『대승백법명문론직해』, 속장경 48, 342c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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