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5 - 고경 - 2020년 4월호 Vol.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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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선택하여 구별할 때 ‘모든 것을 자기중심적으로 선택하여 구분하기

            때문에’ 말나식과 함께 작용하는 심소라고 하였을 것입니다. 이처럼 유
            식에서는 ‘혜’를 단순히 ‘지혜’로만 해석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성

            철스님은 『백일법문(중)』(p.316)에서 ‘혜慧’를 ‘교묘한 지혜’(黠 慧)’라고 정
                                                                9)
            의한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별경심소 5가지에 대해 설명을 마쳤습니다. 앞에서 살펴보았
            듯이 5개의 별경 심소는 대상이 각각 다릅니다. 욕의 심소는 좋아하는 대

            상, 승해의 심소는 결정된 대상, 념의 심소는 일찍이 경험한 대상, 정과
            혜의 심소는 관찰된 대상과 같이 각각 그 대상이 다릅니다. 그래서 ‘별경

            심소’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독자들께서 유념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유식에서

            이렇게 심소를 세세하게 나누어 분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중생
            들을 부처님의 가르침인 제법무아, 제행무상 등을 체험하여 미혹에서 깨

            달음의 세계인 열반에 이르게 하기 위한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이
            깨달음에로 나아가는 방법 즉 지름길은 바로 파도와 같이 산란한 마음을

            진정시켜 존재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게 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산란한 마음을 진정시키는 최초의 심소가 바로 좋은 념입니다. 그래서 념

            에 의해 집중하는 마음인 정이 반드시 생깁니다. 그리고 안정되고 집중하
            는 마음인 정에 의해 혜가 반드시 생기는 것입니다. 끝으로 독자들께 작

            별의 인사를 올립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namaste








            9) 약은, 교활 할(黠): 약다, 교활하다, 간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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