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2 - 고경 - 2020년 5월호 Vol.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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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정신적 동력이라고 보았다. 그들은 다양한 종파들의 사상은 모두 평등
하며 상호 융섭되어 있고, 중국불교는 인도불교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
고 하였다. 나아가 “중국불교만이 불교의 핵심을 파악하였다. 석가 이래
올바른 불교는 지금 오직 중국에만 있다.”고 보았다. 불교에서는 좌선과
학문이 모두 중요하고, 철학적·논리적인 접근뿐만 아니라 좌선을 통한
종교적 접근도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진정한 불교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대해 구양경무는 철학성에, 태허
는 종교성에 더 강조점을 두었기에, 구양경무는 철학성을 강조한 유식 불
교를, 태허는 종교성을 강조한 『대승기신론』을 불교의 핵심으로 받아들였
다. 이러한 차이는 불교의 핵심인 ‘진여眞如’의 성격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견해의 차이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진여의 활동 - ‘절대부동絶對不動’과 ‘인연에 따른 움직임[隨緣]’
‘진여’는 불교에서 이상적인 개념의 하나로서, 우주 만유에 보편적으로
상주하며 불변하는 궁극적 실체를 가리킨다. 영어로는 ‘true thusness’,
‘true suchness’, ‘the highest reality’, ‘the purely formal aspect of
existence’ 등으로 다양하게 번역된다. 이 진여에 대한 해석에는 여러 가
지가 있다. 예컨대 지론종에서는 아라야식과 진여를 같은 것이라고 하고,
섭론종에서는 아라야식 밖에 제9 아마라식을 따로 설정하여 진여를 설명
한다. 유식 불교에서 진여는 아라야식의 핵심實性이며, 생멸 변화가 없는
고요한 것이다. 『대승기신론』에서는 진여를 무활동체가 아니라, 인연을 만
나면 생멸 변화하여 만유 현상이 되지만 진여 그 자체는 조금도 변화하는
것이 아닌 것이다. 진여와 만유의 관계를 물과 파도의 관계를 비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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